코로나로 시작된 꽃과의 인연

광고 마케팅을 90년대 중반부터 해온 저는 코로나 무렵 네덜란드를 본사에 둔 대기업에 다니는 마케팅 팀장이었습니다. 이곳의 재택근무 정책으로 2년 이상을 회사에 거의 하루도 안 가고 안방에서 근무를 하던 그때 그렇게 남는 시간을 정원에 쏟아부었습니다. 미루던 정원 관리를 할 여유가 갑자기 생겨 낮이 긴 봄-여름을 이용해 아침 저녁으로 정말 열심히 정원에서 꽃을 길렀죠. 1도 모르는 식물에 대해 배우느라 책도 사고 온라인 강의도 듣던 때였어요. 그렇게 꽃이 피기 시작하자 물담은 잔에 꽃들이 꽂히고, 그게 꽃꽂이 열병이 되더니 플로리스트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좀 특이하게, 정원에서 기르는 꽃을 쓰는 방식으로 시작을 해서인지 그 후에도 저는 꽃을 구하기 위해서 주변의 꽃농장, 컷팅가든을 주로 이용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사서 쓰는 경우도 많지요. 그럴땐 네덜란드가 꽃무역대국이라는 걸 체험하게 되고요.

최근 이곳을 방문해 주는 플로리스트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이들 눈에 네덜란드가 얼마나 부럽게 보이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봄의 튜립축제인 코큰호프는 이들에게 버킷리스트이고, 제가 늘 들락거리는 세계적 화훼단지인 Aalsmeer 나 플라워 컷팅이 가능한 꽃농장을 보여주니 감격을 하는 등 제가 좀 당황할 정도였죠. 거기에 17세기 꽃을 이용한 Dutch Masters 의 정물화를 늘 볼 수 있는 미술관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하여간 꽃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네덜란드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다시 평가하게 한 계기였습니다.

이런 계기로 한국 사람인 제가 네덜란드에서 플로리스트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또 여기만의 특별하고 좋은 경험들을 방문하시는 한국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졌어요. 유명한 꽃 관광지를 함께 보고, 제가 다니는 꽃농장과 꽃시장에서 꽃을 구입해 오고, 제가 가꾸는 정원의 스튜디오에서 함께 플라워 웍샵을 하고, 저희 집에서 한식 집밥을 맛있게 먹고, 또 추억에 남을 사진도 찍는 이틀 / 사흘간의 체험 프로그램을 그렇게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유럽에서의 여정에 네덜란드의 꽃이 있음을, 또 그걸 한국말로 보여드리고, 경험하게 해드릴 Flower and Flour 가 있음을 기억해주세요. 현지에서 11년간 살아온 이야기 보따리도 풀어드리고 무엇보다 편안하게 새로운 경험 많이 하실 수 있도록 특별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시간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2024년 11월, Heemstede 의 스튜디오에서,

김수진 드림